[부산건축제 영상공모전] 우수작 ‘역사를 빚은 골목, 민주를 품은 골목’

▪ 제목 : 역사를 빚은 골목, 민주를 품은 골목 - 부산 원도심 골목
▪ 장소 : 부산 광복동, 남포동 일대
▪ 제작자 : 이현정
▪ 작품설명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의 향연이 입맛을 돋우고, 부산의 거친 사투리마저 맛깔스런 삶의 현장이자, 할리우드 키드의 빛바랜 기억 속으로 잊혀져가는, 부산 원도심의 골목골목은 여전히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입니다. 하지만 이곳 원도심 골목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답니다. 바로 부산의 정체성을 담은 진짜 부산이라는 것. 민주를 품고 역사를 빚은 골목입니다.
1979년 10월 16일, 부영극장 앞으로 수많은 학생, 시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주변상인, 퇴근길 시민들까지 더해져 광복동 남포동 골목골목 '유신철폐 독재타도'의 외침이 이어졌답니다. 부산대에서 시작된 학생 시위는 그렇게 이곳 원도심에서 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3일간의 대규모 시민항쟁으로 발전했습니다.
부산시민들이 미래유산으로 첫 손 꼽은 '부마민주항쟁'. 외지인의 눈엔 그저 서슬퍼런 유신 시대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이 곳 부산에서 일어난건지, 좀처럼 믿기지 않습니다. 당시 광복로의 학생, 시민들은 무자비한 유신의 진압대에 쫓기며 구둣방골목으로, 국제시장 깊숙히 흩어졌다 다시 모이며 게릴라식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원도심의 끊어질 듯 미로같이 이어진 골목들은 계엄군의 군홧발을 피해 숨어들기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상인들은 골목길로 쫓기던 시위대가 가게로 들어오면 셔터를 내려 숨겨주었고, 먹자골목 아지매들은 팔던 김밥을 날랐고, 시민들은 우유, 달걀, 박카스 등을 시위대에 건넸습니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과 그 골목의 상인들은 시위대에 물리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을 겁니다. 이 골목이라서 많은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이 곳 부산의 원도심도 이젠 위기의 골목으로 쇠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부산의 참모습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개발이란 명목하에 넓혀지고 반듯해진 거대 도시 철옹성에선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어울림이 있고 이야기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민주를 품고, 역사를 빚은 이 골목들이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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