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스님의 육조단경]본래 한 물건도 없으니, 무엇에 상처 입겠는가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고,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어느새 지나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붙잡고 괴로워하는 많은 일들은 사실 마음의 습관일 뿐,
본래 마음 바탕에는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합니다.

육조 혜능 대사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유명한 게송이 있습니다.

보리본무수(菩提本無樹)
명경역비대(明鏡亦非臺)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하처야진애(何處惹塵埃)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본래 나무도 없고,
밝은 거울도 형체가 아니며,
처음부터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티끌과 먼지가 일어나겠는가 하는 뜻입니다.

이 게송이 반복해서 강조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뜻을 분명히 알게 되면,
사람 마음속의 괴로움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형체가 없다

우리의 마음은 형체가 없습니다.
허공과 같고, 가을 하늘처럼 맑고 청정합니다.

누군가가 욕을 하고, 시비를 걸어도
화가 나고 짜증이 일어나는 것은
마음이 상처를 입어서가 아니라
오랜 습관에 따라 반응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화와 분노는 습관일 뿐,
근본 마음 바탕에는 손톱만큼의 손상도 없습니다.

이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 도인입니다.
도인의 마음에는 괴로움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마음에는 미움·원망·시기·질투가 없고
오직 자비와 사랑만이 있을 뿐입니다.

생각은 그림자와 같다

생각은 그림자와 같습니다.
금방 생겼다가 금방 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생각을 붙잡고
“내 마음이 다쳤다”, “내가 상처받았다”고 여길 뿐입니다.

마음은 본래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이 게송을 외우고, 사경하고, 반복하는 것은
마음을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연습입니다.

혜능과 오조 홍인의 깊은 가르침

오조 홍인 대사는 혜능이 깨달은 것을 알아보았지만
다른 대중이 해칠 것을 염려하여
일부러 “아직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며
게송을 신발로 지워버립니다.

이것은 혜능을 보호하기 위한 자비였습니다.

밤 삼경, 방앗간에서 다시 만난 오조는
혜능에게 금강경을 설하며
“응무소주 이생기심”
― 머무름 없는 마음을 내라는 말씀에서
혜능은 다시 한 번 크게 깨닫게 됩니다.

자성(自性)의 다섯 가지 깨달음

혜능은 다음과 같은 자성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자성은 본래 청정하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마음 바탕은 모두 똑같이 맑고 깨끗합니다.

자성은 본래 생멸하지 않는다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생각이 만들어낸 그림자일 뿐입니다.

자성은 본래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이미 충만한 존재입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욕망과 비교 때문입니다.

자성은 본래 동요하지 않는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만 가지 파도가 일어나지만
바다 자체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성은 능히 만법을 낸다
하늘과 땅, 해와 달, 사람과 세상
이 모든 것은 ‘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드러납니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주인공이다

내가 없으면, 이 우주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우주의 주인공입니다.

이 소중한 존재가
사랑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괴로워하고,
사소한 일로 가슴에 못을 박고 살아갈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를 묶어 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회, 가정, 관계, 사랑…
모두 스스로 만든 틀에 스스로 묶여 있었을 뿐입니다.

진정한 자유란

본심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불법을 많이 배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본심을 알고
자기 법성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은 장부요,
천인사요,
곧 부처님과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오늘 이 순간,
나를 묶은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깨닫는다면
그 자리에서 이미 자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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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여산 정여 대종사의 법문과 수행, 그리고 범어사의 사계절 이야기를 담은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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