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첫눈
Автор: 최진규
Загружено: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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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
첫눈이 내렸어
힘차게 내렸어
십이월의 눈다웠어
후다닥 달려 나가
흙길 위에 맨발로 섰어
남도에 내린
첫눈은
함박눈이었어
와장창 쏟아붓고
물러나는 눈구름
별척스러워
올려보는 사이
봄눈처럼
녹아버렸어
십이월의
첫눈 함박눈이
봄눈처럼
녹아버렸어
이대로 좀 있어주라
맨발로 눈 밟으며
걷고 싶으니
이대로 좀 있어주라
그리 바랐건만
남도의 첫눈에
실망했어
십이월에도
속절없이
녹아 스러져
실망했어
만질 틈도 안 줬어
털어낼 틈도 없었어
파란 하늘
드러나고
말짱해진 해만
눈부셨어
남도의 첫눈을
그렇게 잃어버렸어
부득부득
눈구름 아래
맨발로 선 나는
아프고 싶었던 거야
쌓인 눈
맨발로 밟고
얼어터져
아파하려고
길 위에 섰던 거야
너와 내가
마지막 보았던
그 겨울 눈
아름답고 아름다워
아프기만 했던
그날을 만나고 싶었던 거야
딱 하루만
눈 위에 서서
눈 밟으며
그날의 아픔을
꺼내고 싶었던 거야
첫눈이어서
함박눈이어서
눈 귀한 남도여서
반드시
그러고 싶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어
날 흐리면
늘 타박하다가
오늘만큼은
작은 소망
뺏어갔다고
파란 하늘
또렷한 태양
무쟈게
노려보며
질어서 차가운 땅
눈 밟듯
맨발 자국 만들며
걸었어
그냥 걷기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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