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아카시아는 핍니다 | playlist
Автор: 추리플리
Загружено: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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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5호의 문틈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았을 때, 나는 계절 감각을 의심했다. 12월의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지배해야 할 복도에서, 느닷없이 철 지난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화의 싱그러움이 아니었다. 설탕에 절이고 불에 오랫동안 졸여서, 점성이 생길 정도로 끈적해진 인공적인 단내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코를 막았다. 단순한 악취가 아니었다. 달콤한 향기 밑바닥에, 쇠 비린내와 비슷한 물 냄새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마치 젤리 괴물이 죽어서 녹아내릴 때 날 법한 냄새였다.
부동산 중개인은 분명 이 건물이 조용하다고 했다. 하지만 205호 여자는 매일 밤 가스 밸브를 열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개화 시기 예측 지도'에 따르면, 지금 서울에서 아카시아 향이 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어디서 저 많은 꽃을 구해오는 걸까? 아니, 애초에 꽃이 맞기는 한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수요일 밤, 나는 복도에 내놓은 그녀의 쓰레기봉투가 터져 있는 것을 보았다. 쏟아져 나온 내용물은 기이했다. 말라비틀어진 드라이플라워 줄기 수백 개, 그리고 업소용 식용유 통, 마지막으로 붉은 얼룩이 묻은 거즈 뭉치였다. 평범한 사물들의 기이한 조합. 꽃과 식용유, 그리고 피? 만약 그녀가 '향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면? 의 향수 제조법에서 꽃을 끓이는 건 하책이다. 향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튀기거나' '보존'하려 한다면 기름이 필요하다. 그녀는 꽃을 끓이는 게 아니라, 꽃과 함께 무언가를 튀기고 있는 것인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문 앞에 붙어 있던 낡은 포스트잇을 떼어 보았다. 시(詩)였다.
투명한 유리병 속에 너를 가두고
명주실로 묶어 기억을 꿰매네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산산이 부서진 향기를 입으렴
시의 첫 글자를 조합하니 뜬금없는 단어가 나왔다. 투명 우산. 그리고 '기억을 꿰맨다'는 표현. 나는 205호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보글보글, 액체가 끓는 소리가 아니었다. 툭, 툭, 무언가 무거운 것이 솥단지 벽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참지 못하고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지독한 증기가 훅 끼쳐왔다. 부엌 가스레인지 위에는 곰국을 끓이는 거대한 들통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가 서 있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땀과 증기에 젖어 있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요." 내가 말했다. 그녀는 웃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가 나를 관통해 허공을 응시했다.
그녀가 국자로 들통을 휘저었다. 걸쭉한 갈색 액체 위로 떠오른 것은, 사람의 머리통도, 짐승의 고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퉁퉁 불어버린 진녹색 자켓이었다. 모든 기이함은 슬픈 동기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죽은 연인의 옷을 삶고 있었다. 옷에 밴 죽음의 냄새, 병원의 소독약 냄새를 지우기 위해, 철 지난 아카시아 드라이플라워를 수십 킬로그램씩 쏟아붓고 끓이는 것이었다. 섬유 조직 하나하나에 꽃향기를 강제로 쑤셔 넣는, 집착적이고도 과학적인 보존 처리.
"비가 오면 그 애가 와요."
그때였다. 끓어오르는 증기 사이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현관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더니, 빗물에 젖은 투명 우산이 스스로 접혔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바닥에는 젖은 발자국이 찍혔고, 공기 중에는 끓인 아카시아 향보다 더 짙고 차가운, '살아있는' 빗물 냄새가 진동했다. 여자가 뜨거운 자켓을 맨손으로 꺼내 허공에 내밀었다. "어서 와. 늦었네."
자켓이 허공에 걸렸다. 마치 투명 인간이 팔을 꿰어 입는 것처럼. 12월의 차가운 빗속에서, 나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물리학을 목격했다. 그것은 끔찍했고, 역겨웠으며, 동시에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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