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광명선 VS 철도지하화 (feat. 서울역) [대합실]

지난달 29일 서울 시흥대교(금천구청역) 인근 경부선에는 고속, 일반, 화물, 전동차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었다. 선로는 총 4개. 이 중 2개 선로는 주로 1호선 전동차들이 쓴다. 안쪽 2개 선로만 고속, 일반, 화물열차 등이 쓸 수 있다.

이 곳은 광명역을 출발한 고속열차들이 터널 밖을 빠져나와 경부 일반선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고속열차만 다닐 수 있는 전용선이 끝나고, 일반선과 합류하게 된다. 차로가 좁아지는 '병목구간'인 셈이다.

금천구청역 인근 합류지점에서 용산, 서울, 행신역까지는 KTX가 다른 열차와 함께 일반선로로 가기 때문에, 선로이용률은 포화상태다. 2023년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금천구청-서울역 간 선로용량은 하루 편도 222회인데, 열차 운행횟수는 183회에 이른다. 이 중 KTX가 114회로 약 62.3%를 차지한다.

다양한 열차들이 2개의 선로로 모이게 되다 보니, 이곳을 통과할 때 열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고속열차가 지연 운행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송-평택 고속선 2복선화 사업을 마무리하면, 병목현상이 해소돼 고속열차 운행횟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ㆍ용산역을 출발ㆍ도착하는 고속열차의 경우 금천구청-서울역의 선로용량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오송평택선 사업이 끝나도 열차 운행 횟수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금천구청 구간은 열차가 워낙 자주 다니다보니 선로와 시설물 등을 확인하고, 수시로 유지보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작업자 사상사고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수색-광명 간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광명-용산-서울-수색 간 고속선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이 구간을 통과하는 고속열차들이 일반열차와 분리해 따로 다닐 수 있는 전용선을 만드는게 핵심이다.

오송-평택 2복선화 사업과 함께 수색광명선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경부ㆍ호남축을 운행하는 모든 고속열차들은 '고속전용선'으로만 운행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고속선 완성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서울-금천구청 구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마지막 '병목 현상'을 해소함으로써, 열차 운영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서울-금천구청역 간 고속열차 운행시간은 기존 14.5분에서 9.5분으로 5분 정도 단축시킬 수 있다.

수색광명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있다.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1.11로 나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당시 국토부는 수색광명선이 예타조사를 통과하면서 "선로용량이 늘어나 KTX 추가 운행이 가능해져, 이용객들이 더욱 빈번히 왕래할 수 있다"며 "열차 운행간격이 짧아져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고 운행시간, 대기시간을 포함한 실질적인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업비는 예타 기준 2조 4823억 원으로 금천구청역 인근부터 용산, 서울, 수색(DMC역)까지 약 24.5km를 모두 지하 대심도 터널로 건설한다.

지난달 25일 국토부가 고시한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 요약문'에 따르면 이 철도터널의 심도는 약 80m~100m에 달한다. 설계속도는 시속 250km로 역은 용산ㆍ서울 정거장 2곳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33년이다.

지난 1월 철도지하화 특별법이 제정된 후, 최근 서울 등 5개 지자체에선 '지상 철도 지하화 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 사업은 도심부 지상철도를 지하화해 상부 부지를 개발하는게 주된 내용이다. 지하화에 필요한 재원은 상부 부지 개발이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수색-광명선은 서울 도심 내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과는 별개로 추진 중이다. 두 사업 모두 아직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인데, 서로 간 사업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듯 하다.

엔지니어링 업계 일각에선 지금처럼 두 사업이 따로 추진되면 결국 '충돌'하는 부분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는 "서로 모순되는 사업"이라고 비판한다.

수색광명선이 80~100m 지하에 위치해 있다지만, 기존 경부선 선형과 유사한 구간도 많다. 만약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이 구체화되면 서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서울역은 '큰 그림'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색광명선 사업에선 서울역사 지하에 고속열차 전용 승강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서울역의 지상선로를 모두 지하화하고, 상부 부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색광명선 사업이 추진돼, 서울역 지하에 고속선 전용 승강장을 먼저 만들게 되면, 사실상 나머지 지상선로를 지하화하는 공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역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역으로 가치가 크다. 또 서울 1ㆍ4호선, 공항철도, GTX-AㆍB, 신안산선 등 여러 광역ㆍ도시철도가 지나는 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속ㆍ일반열차와 이들 노선 간 환승동선은 길고 복잡하다.

한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미래를 바라보고 서울역을 재구조화할 때, 서울역 하부에 고속ㆍ일반열차와 광역ㆍ도시철도 노선이 유기적으로 연계ㆍ환승될 수 있도록 구조물이라도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가 늦어져 GTX-A 전 구간 개통이 지연되긴 했지만, 영동대로 복합개발에서 그린 '그림'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수색광명선은 고속철도 네트워크망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업이다. 업계 일각에선 "더 이상 사업이 지연되어선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의 경우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원조달 가능성과 수익성 확보, 기술적 안전성, 사업의 시급성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수색광명선 사업, 그리고 서울역을 포함한 도심철도 지하화와 상부 재개발 사업 등을 추진할 때 사업 주체 간 소통이 이뤄지며,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사업 우선 순위를 고려해, 수색광명선 공사를 할 때 서울역 구간만이라도 '역 재구조화에 필요한 구조물'을 미리 시공한다면, 철도 업계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에게도 와닫는 사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