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og]마음챙김 브이로그 | 상담 4회기/

이 영상은 봐도봐도 슬프네요...😥
편집하는 중에 영상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 영상은 속도나 길이를 건들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순간순간의 머뭇거림, 찰나의 침묵도 담고 싶어서 재생 속도를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올립니다 ㅎㅎ


자꾸 힘든 감정과 사건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삭제해 버리는 습관이 상담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도 유튜브에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하고 잘 올라갔는지 확인하면서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곱씹게 되니 무언가 괴롭고 쓸쓸한 마음이 들어 힘든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영상 편집을 열심히 해서 이런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 내내 컴퓨터만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주말 내내 제대로 쉬지 못해 일요일 밤에 특히 더 피곤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토요일 저녁에는 내 생일 파티도 했는데 그건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상담 시간에 나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자라서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쉬울 것 같다고 하시는데 마침 전에 직장 동료들과 헤어지고 연애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거 완전 가스라이팅이네.”, “아니, 그런 가스라이팅을 계속 듣고 가만히 있었어요?” 했던 기억이 생각나 말씀드렸더니 ‘오!’하고 역시나 하는 반응을 보이셨다.
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듣고, 가스라이팅은 교묘히 속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해 주위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어도 어떤 게 가스라이팅인지 몰랐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계속해서 남자 친구는 자기주장을 하고, 나는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 친구는 계속해서 자기주장을 요구하고, 선생님은 들어주고, 들어주다가 폭발하여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는 했을 것이다. 라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생각이 들었던 게, 남자 친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내가 원하는 걸 주는 것이 배려다.”라는 것이었는데 그걸 요구하기 위해 남자 친구도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지만 나는 내가 요구하는 것이 남자 친구의 욕구에 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요구하지 못했다. 결국은 남자 친구도 내가 원하는 걸 해주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만 그 배려를 애써 해주기 위해 노력했던 게 생각나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고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최선을 다해 내어주려고 했었다.
내가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도 미워하거나 깎아내리는 말을 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은 그래도 나는 정말 남자 친구에게 최선을 다했고 그렇기에 언젠가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배우자감이 아닐지는 몰라도 나처럼 자신을 아껴주고 헌신적인 사람은 못 만난다고 생각했다. 그거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내 사랑이 참 순수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순수한 사람을... 조금만 마음을 알아주면 진심으로 고마워할 사람인데...”
주말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절망과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기분이 들어 무섭고 괴롭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이 나에게 못 해준 것도 생각나고, 전에 멘붕이 왔던 것처럼 ‘그 사람이 나를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는 사랑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이 드는데 그 감정에 계속 집중하면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내가 이별 후 너무 괴로워하니 선생님께서는 헤어지고 이런 서운한 마음을 전 남자 친구에게 문자나 전화로 이야기해 보았느냐 하시기에 나는 다 차단되어 있다고 말씀드렸다. 자기 현재 여자 친구가 알면 안 되니까...
선생님은 그럼 끝까지 그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었냐 하셨다. 나는 차라리 그 사람이 너무나 확실한 단점을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끌려다녔을 거라 말씀드렸다. 남자 친구가 한번은 너는 내가 너를 때려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받아줄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새로운 연애가 겁이 나기도 한다.
선생님께서 실험을 하나 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 앞에 빈 의자를 두고 여기에 남자 친구가 있다고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지금 감정을 말해보라고 하셨다.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헤어지고 나서 말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아 혼자 머릿속으로만 나한테 왜 그랬을까 원망하고 슬퍼하며 나 스스로 던졌던 그 말들이.
그런데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결과 그 사람은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 아무 말도 주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뭐라도 좋으니 말하라고 하셨다.
“네가 원망스럽고 미워.”
“더 말해보세요.”
“너한테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내 시간이 아까우니까.”
“너는 비겁하고 못났어.”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셨다.
많이 사랑했었나 봐요... 그 못난 사람을 생각하며 또 울컥 눈물이 나온다.
“사랑했다는 말도 해주세요.”
“오빠를 많이 사랑했어.”
“이제 마지막 말을 하고 보내주세요.”
“잘 지내.”
이유를 물어보시기에 그냥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둘의 연애 과정을 들으니 왜 그렇게 안 맞았다고 하는지 알겠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우리는 다른 점이 너무나 많았고, 선생님께서도 두 사람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간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잘 지내라는 말을 듣고 선생님은 내가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겁이 난다는 나의 말을 듣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실험이 내 전 남자 친구를 보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다시 만나달라고 헤어짐을 부정하느라 남자 친구에게 하지 못했던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마침내,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권진아-잘 가’라는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제 진짜 안녕
많이 사랑했던 당신에게 이제야 작별 인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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