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어디 있는 나라인데?…‘소말릴란드 첫 국가 인정’ 일파만파 [월드 이슈] / KBS 2025.12.30.

'소말릴란드'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의 이 지역을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이 정식 국가로 인정하면서 국제사회가 시끌시끌합니다. 어떤 배경인지 월드이슈에서 박원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소말릴란드가 정식 국가로 처음 인정됐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유엔 가입국 가운데 처음으로 이스라엘이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일부인 소말릴란드를 정식 국가로 인정했다는 얘기입니다.

현지 시각 26일 이스라엘과 소말릴란드는 완전한 외교 관계를 맺는데 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26일 : "이스라엘은 소말릴란드, 그리고 소말릴란드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공식 인정합니다."]

소말릴란드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동아프리카, 그리고 소말리아 서부 지역에 있습니다.

홍해, 아덴만, 인도양을 잇는 길목에 있어 군사와 무역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인구는 4백만 명인데, 면적이 17만 제곱킬로미터로 대한민국의 1.7배에 이릅니다.

어쨌거나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소말리아 영토인데, 이스라엘과 소말릴란드는 정식 대사도 임명하고 대사관도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모하메드 압둘라히/소말릴란드 대통령 : "소말릴란드는 주권 국가이자 독립 국가로서 처음으로 국제 공인을 받았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난데없이 소말릴란드를 정식 국가로 인정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나라·지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해 왔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협의 중인 걸로 알려진 대상은 남수단, 리비아, 우간다도 있고, 멀게는 인도네시아도 있는데요.

여기에 미승인 국가인 소말릴란드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의도는 또 있습니다.

소말릴란드는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예멘과 마주하고 있는데요.

소말릴란드에 정보·군사 인프라를 구축하면 친이란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 반군을 코앞에서 감시할 수 있습니다.

소말릴란드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입니다.

소말리아가 내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던 와중에도 소말릴란드는 자체 군대와 화폐를 보유하며 독립 정부를 운영해 왔습니다.

대선 등 여러 선거도 독자적으로 치렀기에 내부에선 독립할 자격이나 여건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깔렸고요.

이스라엘을 발판 삼아 미국의 지지를 얻어 내면 국제사회에서도 정식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작용한 듯 합니다.

[앵커]

그런데, 소말리아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기자]

네, 소말리아는 즉각 이스라엘의 소말릴란드 국가 승인을 규탄했습니다.

주권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이자 영토 강탈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알리 오라리/아랍연맹 주재 소말리아 대사 : "'이스라엘 점령 정부'가 소말리아 북서부 지역, 이른바 소말릴란드를 인정한다고 발표한 것은 침략과 도발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 50여 개국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도 승인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연합은 식민지 시절 정해진 국경선을 함부로 바꾸지 말자는 원칙이 있는데요.

한 곳을 인정해주면 다른 지역에서도 분리 독립 욕구가 분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중동 20여 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도 공동성명을 내고 국제 평화와 안보에 큰 영향을 준다며 반발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과 수교한 일부 아랍국가들 즉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는 규탄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국제 질서를 정하는 건 힘의 논리일텐데, 세계 최강대국 두 나라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은 명실상부한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국이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고요.

중국 또한 '어떤 국가도 자국 이익을 위해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선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나타냈습니다.

[린젠/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소말리아의 주권, 단결, 영토 보전을 확고히 지지하며 소말리아 영토를 분열시키는 모든 행위에 반대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말릴란드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며 일단 선을 그었고요.

미 국무부는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에 포함된다며 소말리아의 영토적 완전성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동보다는 이스라엘과 친한 유럽조차도 반대 입장이 선명합니다.

유럽연합은 "유엔 헌장과 아프리카연합 헌장, 소말리아 헌법에 따른 소말리아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 통합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분단을 저지하려는 소말리아와,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당사국인 소말리아의 모하무드 대통령은 소말릴란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동맹국인 튀르키예를 방문하고요.

이 문제 논의를 위해 뉴욕 유엔본부에선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렸는데요.

태미 브루스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가 "이스라엘도 외교 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다"는 발언을 해, 진의가 뭔지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박혜민/자료조사:권애림/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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