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액체…
Автор: 이존아사 아방가르드
Загружено: 5 апр. 2025 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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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액체…
어떤 날엔 손바닥이 축축하다.
화면 위를 미끄러지던 손끝에서 땀이 스며나온다. 그것은 아주 작고 투명한 액체지만, 그 안에는 긴장, 감정, 그리고 어떤 모호한 현실감이 녹아 있다. 땀은 육체가 살아 있다는 가장 원시적인 증거다. 그것은 숨겨지지 않고, 통제되지 않으며, 몸이 말을 잃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언어다.
그 땀이, 매끈한 화면 위에 아주 얇은 막을 남긴다. 그 표면은 여전히 2차원이고, 차갑고, 깊이 없지만—내가 거기에 남긴 것은 분명히 3차원적이다. 내 몸이, 내 체온이, 내 불안을 증류시켜 남긴 이 미세한 흔적은 현실의 증거일까, 환상의 불순물일까?
나는 점점 더 평면 위에 의지하게 된다. 땀이 나올 만큼 몰입하고, 감정이 요동칠 만큼 집중하며, 화면 속 누군가의 말에 가슴이 저려온다. 그러나 이 모든 반응은 내 안에서만 일어난다. 화면 너머는 여전히 무감각하다. 나의 땀은 그저 기계의 표면을 더럽힐 뿐, 아무런 응답도 이끌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자꾸만 믿는다. 이 액체가—이 생리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액체가—무언가를 증명해줄 것이라고. 나의 존재, 나의 감정, 나의 접촉이 진짜였다는 것을.
왜냐하면 땀은 결코 환상이 아니다. 땀은 화면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정이 물성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첫 번째 형상은 아마도 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멈추지 않고,
손바닥의 땀을 느끼며,
매끈한 평면 위에서 끝없이 미끄러진다.
몸은 여기 있고, 마음은 저기 있다.
액체는 그 사이를 잇는 유일한 다리처럼,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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